Nursing/essay

나의 첫 ventilator 환자 간호

nayooungg 2025. 1. 26. 10:10

3일간의 night 근무 동안 ventilator 환자를 담당했다. 인생 첫 벤트 환자다!


1. Extubation


vent 환자를 처음 담당하며 가장 걱정했던 것은 unplanned extubation(비계획적 발관)이었다. 환자의 E-tube(기도에 삽관한 관)가 갑자기 빠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호흡기 치료의 목적은 weaning, 즉 호흡기를 떼고 자발 호흡을 하는 것이다. 환자 상태, 자발 호흡 노력, X-ray 등 종합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적절한 단계에 따라 weaning을 한다.

일반적으로 진료과에서 종합적인 환자 상태를 보고 발관을 계획(planned extubation) 한다. 이렇게 계획 하에 하는 경우, 간호사와 의사가 함께 응급 상황에 대한 대비를 마친 후에 안전하게 E-tube를 제거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낮다.

하지만 비계획적으로 E-tube가 빠진 경우(unplanned extubation)는 응급 상황이다. 환자 상태가 안정적이라면 천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산소포화도가 끝을 모르고 떨어진다고 한다. ambu를 짜고, 당직의를 부르고, 급하게 intubation에 필요한 약물과 물품을 준비하고, 재삽관한다.

unplanned extubation의 원인은 다양하다. 환자가 irritable 해서 고개를 흔들다가 빠질 수도 있고, 간호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 체위 변경(positioning)을 하다가 빠질 수도 있다. 아무리 잘 고정을 해두고 빠지지 않게 대비를 해도 한 순간에 빠져버릴 수 있다.

특히 우리 병원 NICU에서는 cuffless E-tube를 쓴다. 보통 성인의 경우 E-tube가 기도에 안정적으로 고정될 수 있도록 ballooning을 하는데, 아기들은 기도 조직 손상 예방을 위해 아예 cuff가 없는 E-tube를 쓴다. 때문에 발관 위험성이 훨씬 더 높다.


positioning을 하기 위해 아기 고개를 돌릴 때, 체중을 재기 위해 아기를 들어 올릴 때, x-ray를 찍기 위해 아기 밑에 판을 넣을 때, 기저귀를 갈아줄 때, 아기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움직일 때... 모든 상황에 신경이 곤두서는 3일이었다.

만약 아기를 들기 위해 마음을 먹었다면, 미리 E-tube를 적절한 위치로 조정한 후, 아기 밑에 손을 넣어 들 준비를 하고, 눈을 E-tube에 고정한 채 아기를 들어 올린다. 내릴 때도 빠지지 않게 E-tube와 함께 내려놓았다.

아직은 서툰 게 느껴진다. 더 다양한 환자를 봐야 감이 잡힐 것 같다.



2. E-tube


인계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업무 중 하나가 E-tube의 삽입 깊이를 확인하는 일이다. tube 표면에는 작은 글씨로 cm 표시가 되어 있어 삽입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E-tube가 적절한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삽입된 깊이가 인계받은 것과 같은지, X-ray 상 적절한 위치에 있는지를 보게 된다. 보통 X-ray 상 E-tube 끝이 T2 정도에 위치해 있도록 조정한다.

E-tube 각도는 입술과 90도가 되도록 조정했다. 너무 꺾여서 U자가 되는 등 각도 유지가 안 되면 빠질 수 있다. 만약 E-tube가 기도에서 꺾여 올라와 입 안에 위치하고 있으면 새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E-tube 끝, 즉 환자의 기도에 들어가 있는 튜브의 끝 부분은 비스듬히 깎인 사면의 형태다. 그 사면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원하는 폐의 부분으로 공기가 들어가도록 할 수 있다.

이 방향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해 tube에는 파란색 선(blue line)이 그어져 있다. 우리는 이 선을 몇 시 방향에 두느냐로 소통한다. 예를 들어, x-ray 상에서 우측 폐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면, 우측 폐 쪽으로 공기를 더 불어넣어 폐를 펴줄 수 있다. 이때 blue line을 4~6시 방향으로 고정하면 사면이 우측 폐 쪽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3. Ventilator mode & parameter


언제 vent 환자를 보게 될지 몰라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필기했던 종이를 들고 다녔었다. vent mode와 각종 파라미터가 의미하는 것을 정리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실제 수치들을 비교하며 기본적인 것 위주로 공부했다.


아기가 적용하고 있는 mode는 SIMV-PCV. 이 모드의 주요 세팅값은 FiO2, RR, PEEP, PIP이다. vent 기계에 설정한 세팅값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는 수치를 비교해 환자에게 적절히 적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SIMV mode는 환자의 자발 호흡을 인정해 주지만, 충분치 않을 경우 기계가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vent 모니터를 보면 환자에게 호흡을 불어넣어 줄 때 그래프가 올라간다. 이때 올라가는 파형의 색이 분홍색 또는 빨간색으로 표시되는데, 분홍색은 기계가 불어넣어 준 호흡을, 빨간색은 환자의 자발 호흡이 감지되어 기계가 그 신호에 맞춰 보조한 호흡을 의미한다. 얼마만큼의 sensitivity로 자발 호흡을 감지해서 trigger 할 지도 설정할 수 있다.

메인화면을 보면 Pressure, Flow, Volume 그래프가 나온다.

현재 사용 중인 모드는 PCV(Pressure Control Ventilation), 즉 일정 압력을 설정하며 그만큼 ventilation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Pressure wave는 설정값만큼 동일하게 오르내리는 대신, Volume 값은 바뀔 수 있다. 만약 VCV(Volume control Ventilation) mode를 적용 중이라면 매번 일정한 Volume이 들어가고, 그 Volume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Pressure 값이 변할 것이다.

NICU에서는 보통 Pressure을 기준으로 한다. 이는 아기들의 폐가 미성숙하고 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직 폐가 미성숙해 잘 펴지지 않는 아기에게 Volume Control mode로 설정하게 되면, 기계는 내가 설정한 용적(Volume)만큼 공기가 들어가도록 압력을 올린다. 그러면 아기 폐가 터질 수 있다. 이 위험성 때문에 Volume control보다 Pressure control을 더 선호한다.

Pressure wave를 보면 아래쪽에 떠 있는 부분이 있는데, PEEP을 설정해 뒀기 때문이다. 호기말양압을 뜻하는데, 숨을 다 내쉬었을 때도 폐포가 완전히 쪼그라들지는 않도록 일정한 양압을 유지하는 원리이다. PEEP의 모니터링 값을 보고 설정해 둔 세팅값과 비슷하게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겠다.

Flow wave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간 부분은 호기 시간을 의미한다. 환자의 lung compliance가 좋지 않으면 이 호기 시간이 길어진다. 만약 이 시간이 지나치게 짧으면 CO2가 쌓여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Volume wave의 정상적인 파형은 올라간 만큼, 내려오는 것이다. 내려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leak이 있다는 의미이다. leak의 원인은 E-tube와 기도의 직경 차이, closed suction 마개 등 연결 부분에서의 누출, circuit 자체의 문제 등이 있다고 한다. 문제 상황이 지속되면 진료과와 공유한 후 조치가 필요할지 의논해야 한다.

이 아기의 경우 E-tube의 직경이 기도에 비해 작아서 position에 따라 leak의 정도가 달라진다. 지금보다 아이가 작을 때 intubation을 했고, 몸집이 커지면서 기존에 적용하고 있던 E-tube 직경에 비해 기도가 커졌나 보다. 하지만 세팅값이 잘 적용되고 있고 아기 vital sign도 안정적이어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Patient Data 탭에서는 각종 모니터링 값을, Setting 탭에서는 ventilator의 각종 세팅 값을, Alarm 탭에서는 vent의 각종 알람 기준값을 볼 수 있다.



4. Pain control


인공호흡기는 성인이 적용하고 있어도 힘들다. 이 작은 아기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또 고통스러워 몸을 격하게 움직이다가 인공호흡기가 빠지거나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 NICU에서는 그런 인공호흡기 적용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쓰기도 한다. 내 담당 아기도 나이트 근무 3일 중 첫날에는 마약성 진통제 Fentanyl이 CIV(Continuous Intravenous Infusion) 투약되고 있었다. 용량을 점차 줄여가다가 근무 둘째 날부터는 따로 투약되는 진통제가 없었다.

삼일째인 오늘도 진통제가 없었는데, 유독 아기가 아파하는 게 보였다. 깨어 있을 때 얼굴을 찡그리고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삽관되어 있어 소리는 안 들리지만 울고 있는 건 볼 수 있다. 심박동도 평소 base보다 높아져 있었다. 당직의에게 노티하고 Fentanyl을 bolus로 한 번 주기로 했다. 투약을 하니 곧 진정되어 잠들었다.

vent care를 받는 아기들은 삽관을 하고 있어 울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담당간호사는 아기 상태를 더 정확히 관찰하고 파악해서 필요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처음인 만큼 더 조심하고 공부하며 간호했던 3일이었다. 오롯이 내가 담당하는 건 처음이라 걱정했었는데, 이번 나이트 근무를 하면서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다. 같이 근무한 선생님께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질문을 쏟아냈는데... 잘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얼른 괜찮아져서 호흡기 다 떼고 입으로 우유 먹자 아가!